강원도 여름, 사람 없는 곳만 찾아다닌 3박 4일 후기 (feat. 진짜 숨은 코스)

사실 저는 강원도를 거의 매년 갑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속초 가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해수욕장 모래사장이 안 보일 정도였달까. 그래서 올해는 마음 먹었습니다. "사람 없는 곳만 골라서 가보자."
7월 마지막 주, 평일에 출발했어요. 3박 4일, 차로 다녔고요. 솔직히 처음엔 좀 불안했어요. 유명한 곳을 피한다는 게, 결국 별 볼 일 없는 곳만 다니게 되는 거 아닐까 싶어서. 결론부터 말하면? 제 인생 강원도 여행이었습니다.
첫째 날, 인제 자작나무숲 말고 "원대리 깊은 안쪽"
자작나무숲은 다들 아실 거예요. 그런데 제가 간 곳은 정확히 거기가 아니에요. 자작나무숲 입구까지는 똑같이 가는데, 거기서 차로 한 20분 더 들어가면 작은 임도가 하나 나옵니다. 동네 어르신이 알려주셨어요. "여름엔 거기가 진짜야" 하시면서요.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길. 양옆으로 키 큰 낙엽송이 빽빽한데, 햇빛이 잎사귀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게 진짜 영화 같았어요. 차 멈추고 30분 동안 그냥 멍 때렸습니다. 매미 소리만 들리고. 도시에서 듣던 매미랑은 또 다른 소리예요. 더 깊고 묵직한.
그날 점심은 인제 시내 들어가서 황태해장국 먹었는데, 가게 이름은... 음,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해요. 인제터미널 근처에 노부부가 하시는 작은 집인데, 황태가 정말 부드러웠어요. 만원 안 했던 것 같아요. 9천 원이었나.
둘째 날, 양양 죽도해변 옆 "잊혀진 작은 만(灣)"
양양 하면 서퍼들의 성지잖아요. 죽도해변, 인구해변. 다 좋아요.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제가 발견한 곳은 죽도해변에서 남쪽으로 차로 5분 정도 가면 나오는, 이름도 잘 안 알려진 작은 모래사장입니다. 정확한 명칭을 적기가 좀 그래요. 알려지면 또 사람이 몰릴까 봐서요. (이기적인가요? 그래도 솔직히 그래요.)

폭이 한 50미터쯤 되는 아주 작은 해변인데, 그날 저랑 일행 두 명, 그리고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오신 할머니 한 분이 전부였어요. 물이 정말 맑았습니다. 발목까지 들어가니까 발가락이 그대로 보였어요. 이게 동해 맞나 싶을 정도로.
혹시 여러분도 그런 적 있으세요? 분명히 한국인데, 어디 외국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 저는 그날 그랬어요.
저녁엔 양양 시내에서 물회 먹었어요. 만 5천 원짜리였는데 양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둘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 식당 사장님이 "여름엔 광어보다 가자미가 더 달다"고 하셔서 가자미물회로 시켰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새콤한 육수에 살얼음이 동동.
셋째 날이 사실 하이라이트였어요 — 정선의 어느 계곡
이건 진짜 망설였어요, 쓸까 말까. 정선 가본 분들은 많을 거예요. 화암동굴, 레일바이크, 다 유명하죠. 근데 제가 간 곳은 정선 북면 쪽, 지도에도 이름이 안 나오는 작은 계곡이었습니다.

숙소 사장님이 "물놀이 할 거면 거기 가봐요" 하시면서 손으로 약도 그려주셨어요. 내비게이션도 잘 안 잡혀서 헤맸어요. 한 시간 정도. 짜증이 슬슬 날 때쯤 도착했는데, 도착한 순간 모든 게 다 사라졌어요.
물이 에메랄드빛이었어요. 진짜로요. 사진을 찍었는데 보정한 거 아니냐고 친구들이 의심할 정도로. 수심이 깊지 않아서 어른 허리 정도까지 오는데, 바닥의 돌멩이 색깔까지 다 보였어요. 발을 담갔는데 진짜 5초도 못 버티겠더라고요. 너무 차가워서. 한여름 30도 넘는 날씨에 그 물이라니.
도시락 싸 가서 바위에 앉아 먹었습니다. 김밥, 편의점에서 산 거. 그런데 제 인생 김밥이었어요. 음식은 장소가 만든다는 말, 진짜 맞는 것 같아요.
마지막 날,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

마지막 날은 강릉으로 빠져서 안목해변 커피 한잔하고 올라왔어요. 여긴 뭐 워낙 유명하니까 따로 설명 안 할게요. 다만 평일 오전 9시에 가면 그래도 한산합니다. 제가 갔을 땐 그랬어요.
3박 4일 총 경비요? 둘이서 약 65만 원 정도 썼어요. 숙소비 포함.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죠. 유명한 관광지를 피하다 보니 입장료가 거의 안 들었거든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 글 쓰면서도 좀 고민이에요. 숨겨진 곳을 알려주는 게 맞는 건지. 사람들이 몰리면 그 장소의 매력이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정확한 위치는 좀 흐릿하게 썼어요. 양해 부탁드려요. 진짜 가고 싶으신 분들은 현지 어르신들한테 물어보세요. 그게 제일 정확하고, 또 그 과정 자체가 여행이더라고요.
올여름, 어디 가실 계획이세요? 사람 많은 곳이 싫으시다면, 강원도 한번 더 깊이 들어가 보세요. 큰길 말고 작은 길로요. 정말 다른 세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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