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름, 사람 적은 곳만 골라 다녀온 4박 5일 솔직 후기

작년 8월 초였나. 정확히는 8월 3일부터 7일까지였어요. 그때 제가 좀 지쳐있었거든요. 회사 일도 그렇고, 사람도 좀 싫고. 그래서 무작정 차를 끌고 강원도로 떠났습니다. 처음엔 속초나 갈까 했는데, 성수기 속초는 솔직히 지옥이잖아요. 주차도 안 되고 사람은 많고.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만 골라서 다녀왔어요.
오늘은 그때 다녀온 코스를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화려한 곳은 아니에요. 근데 진짜 좋았어요.
첫째 날, 정선 몰운대에서 멍 때리기
서울에서 출발해서 3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내비가 자꾸 이상한 길로 안내해서 살짝 헤맸지만요. 정선 몰운대라는 곳, 들어보셨나요? 사실 저도 가기 전엔 잘 몰랐어요. 인스타에서 우연히 봤는데, 절벽 끝에 죽은 소나무 한 그루가 떡하니 서 있는 그 사진이요.

실제로 가보니까 진짜 그대로더라고요. 사진보다 더 좋았어요. 동강 줄기가 발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데, 그 풍경 앞에서 한 30분은 그냥 앉아있었던 것 같아요. 평일 오후 2시쯤 갔는데 사람이 저 포함해서 네 명이었어요. 진짜로요.
주차장에서 5분만 걸으면 돼요. 등산이라기엔 너무 가볍고. 다만 절벽이라 끝까지 가면 좀 무서워요. 저는 고소공포증이 살짝 있어서 무릎이 후들거렸는데, 그래도 끝까지 가서 본 풍경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근처에서 곤드레밥 먹었는데 1인 12,000원. 강원도 와서 곤드레밥 안 먹으면 좀 아쉽잖아요. 그 식당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몰운대 입구에서 차로 5분쯤 내려오면 길가에 보이는 허름한 집이에요.
둘째 날과 셋째 날, 인제 자작나무 숲과 방동약수

다음 날은 인제로 넘어갔어요. 원대리 자작나무 숲. 여기는 좀 알려진 곳이긴 해요. 근데 제가 가본 곳 중에 여름에 가장 시원했던 곳이에요. 진짜로요.
문제는 입구에서 자작나무 숲까지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거예요. 임도를 따라서요. 헉헉대면서 올라갔는데, 자작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온도가 한 3도는 떨어지는 느낌? 새하얀 나무 기둥들 사이로 햇빛이 줄무늬처럼 떨어지는데, 그게 진짜... 말로 설명이 잘 안 되네요.
혹시 여름에 시원한 곳 찾으시는 분들, 에어컨 바람 말고 진짜 자연의 서늘함을 느끼고 싶으시면 여기 한번 가보세요. 저는 거기 평상에 누워서 한 40분쯤 자다 왔어요. 모기도 별로 없었고.
그리고 이건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인데, 방동약수라고 있어요. 인제 방태산 자락에 있는 약수터인데, 물맛이 진짜 특이해요. 톡 쏘는 탄산수 같은 맛이 나요. 처음 마실 땐 "이게 뭐야" 싶은데, 두 번째 잔부터는 자꾸 손이 가요. 빈 페트병 가져가서 받아오시면 좋아요. 저는 2L짜리 두 통 받아왔어요.

방동약수 가는 길이 진짜 깡촌이에요.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산길. 운전 자신 없으신 분들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요. 사실 저도 가는 길에 "이거 길 맞나?" 싶었는데, 결국 도착했으니까요.
넷째 날, 삼척 미인폭포와 환선굴
삼척까지 내려갔어요. 미인폭포 들어보셨어요?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들 하는데, 솔직히 그랜드캐니언은 못 가봐서 비교는 못 하겠고요. 근데 진짜 비현실적이에요. 붉은 절벽 사이로 폭포가 떨어지는데, 여기가 한국 맞나 싶을 정도로.
전망대까지 가는 길이 좀 가파른 계단이에요. 무릎 안 좋으신 분들은 천천히 내려가세요. 저도 내려갈 때 한 번 미끄러질 뻔했어요. 등산화까진 아니어도 운동화는 꼭 신고 가세요.
환선굴은 그날 오후에 갔는데, 동굴 안이 진짜 추워요. 8월인데 긴팔 입어야 할 정도. 입장료 4,500원이었나? 모노레일 타고 올라가는 옵션도 있는데 저는 그냥 걸어 올라갔어요. 후회했어요. 진짜로요. 한여름에 그 길을 걸어 올라가는 건 좀 미친 짓이었어요.

사실 동굴 자체는 호불호 갈릴 것 같아요. 저는 좋았는데, 같이 갔던 친구는 "그냥 그래"라고 했거든요. 취향 차이인 듯.
마지막 날, 그냥 바다 보고 왔어요
마지막 날은 사실 별 계획 없이 그냥 바다 보고 왔어요. 양양 죽도해변 쪽으로 갔는데, 거기도 사람 많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잔교리 해변이라는 작은 해변에 갔어요. 진짜 작아요. 백사장 길이가 100미터나 될까. 근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어요.
거기 앉아서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 마시면서 두 시간쯤 멍 때리다 왔어요. 그게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시간 같아요. 어쩌면요.
다녀와서 든 생각인데, 강원도는 진짜 큰 것 같아요. 4박 5일이 짧게 느껴졌어요.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못 간 곳도 많고요. 정선 화암동굴이라든가, 영월 청령포라든가. 다음에 또 가야죠 뭐.

여름 강원도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께 팁 하나 드리자면, 너무 유명한 곳만 고집하지 마세요. 사람 많은 곳에서 줄 서서 사진 찍는 것보다, 이름 모를 폭포 앞에서 30분 멍 때리는 게 훨씬 기억에 남더라고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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